'순간에 포착되지만, 기다려야 손에 잡을 수 있는 오묘한 예술'. 바로 사진이다. 또한 사진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또한 아무나 빼어나게 얻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인간과 기계의 적절한 공동작업이 수행되어야 하며,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취득한 일상적이나 또한 일반적이지 않은 광경을 담아내야 한다. 이렇듯 오묘하면서도 어려운 예술 장르인 사진이 한 데 모여 하나의 전시를 이루게 되었다.

이번에 한 곳에 모인 사진들은 남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젊은 사진작가와 대한민국 사진사에 한 획을 그은 고 이경모 교수의 작품들이다. 사진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 우리의 현실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되 아무나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로 사진가의 눈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본다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사진은 매체의 특성상 매우 건조하고 객관적인 어조를 지니고 있으나, 이러한 특성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의 감성을 깊이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 전시될 사진들은 우리의 풍경을 담고 있다. 풍경. 그것은 멀찍이 떨어져 자애로이 우리를 응시하는 거대한 산이거나, 어느 노인의 시간처럼 한가로이 흘러가며 관조를 획득한 듯 보이는 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풍경은 또 다른 것들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테면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일상적 모습이나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그리고 누군가 고통스럽게 쓰러져 있는 장면까지 시야에 포착되는 모든 것들은 작품이 되는 순간, 풍경이 된다. 고로 이번 전시의 사진들은 우리의 풍경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듯 우리의 일부분에서 우리가 경외하는 위대한 것들까지 포섭하고 있기에 이들의 사진은 그 어떤 예술장르보다 더욱 가깝게 다가와 우리의 가슴을 위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고 이경모 교수의 소중한 유작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그는 여수 순천 사건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의 크고 작은 아픔의 순간들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그리고 이렇게 그의 프레임 안에 들어간 온갖 상황들은 또 다른 풍경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울렸다. 따라서 그의 보도사진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풍경 사진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 묶이는 다른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참여작가 18명은 그 누구도 빠질 것 없이 훌륭한 감각과 자질을 지니고 있는 그야 말로 프로페셔널한 이들로, 그들은 매우 진중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풍경을 포착하여 소중한 작품 사진을 만들었다. 이렇듯 오랜 시간과 뜨거운 땀의 대가로 완성된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려 다가가는 그 장면 자체가, 풍경이 된다는 것이다. 즉 풍경사진은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렇듯 훌륭한 풍경 사진들이 만들어내는 매직 같은 사건들이 이 전시에서 또한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경험이 가능한 것은, 그 작품들을 창조해낸 작가들 하나 하나가 지니고 있는 진실됨 그리고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