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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웅을 위하여

영웅 그리고 초인. 이러한 존재들은 언제나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금 이 시대에는 영웅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말 속에는 어폐가 있는데, 숨을 내쉬는 그 찰나의 순간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그 아주 짧은 시간도 곧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현재로 불리던 시간이 과거로 농익어 굳혀질 때쯤 어김없이 새로운 영웅들이 출현한다. 이번 전시는 지나간 시간에 나름의 점을 남긴 존재들이 벌이는 향연과도 같다. 그 대상이 실제 인물이건 가상의 존재이건 그들은 자신을 세상에 드러냈으며,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존재가 되어 있다.

젊은 작가들이 이처럼 옛 시간에 머물던 존재들을 상기하고, 그들을 대상화하여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킨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특히 지금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강요하고, 첨단 테크놀로지의 가치를 강제적으로 드러내는 때에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미래지향적인 상상을 하고, 작품을 만들 때, 묵묵히 과거의 것들을 반추하고, 자신 안에 녹여 새롭게 창조해내는 것.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반성이 있은 후에라야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간결하면서도 트렌디한 방식으로 작업하면서, 그 안에 짙은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형식과 내용이 긴 사고의 시간을 버텨내며 결합하고, 조화를 이뤄내는 과정. 이 모든 것들이 이들의 작업에서 엿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작업을 통해 잊혀져 가는 과거의 히어로들과 우리는 재회할 수 있다. 또 이처럼 그들과 다시 만난다는 것은 그들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는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도 된다.

젊은 피와 뜨거운 열정을 지닌 청년 작가들의 작업은 아직 풋내가 가시지 않은 과실과도 같지만, 그러하기에 언제나 신선하고 새롭다. 이번에 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에서 보여주게 될 청년 작가들의 작업 또한 작품 앞에 선 관객들에게 이러한 혈기와 열정을 전달해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가볍지도 여리지도 않다. 풋풋하지만 진득한 목소리. 그것으로 화폭에 풀어낸 이야기들에 주목해 보자. 지나간 시간과 더불어 그 시간을 점령하던 우리의 영웅과 초인들이 다시금 우리 눈앞에 등장하는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 그들과 함께 과거를 통과하여 현재를 지나고 미래로 나아간다면, 우리의 생도 언제나 희망적이게 될 것이다.